2017년 10월 8일 쏘렌토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린 10월 9일과 10일 이틀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쏘렌토 비치를 구경하고 멜번 시티로 올라오던 당일, 우린 멜번 주변의 유명한 해변 중 하나인 브라이턴 비치를 들렀다.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날씨는 또 좋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옆쪽에 길게 늘어선 작은 집들이 '브라이턴 비치 박스 (Brighton Bathing boxes)'라고 한다. 어디선가 듣기론 하나에 3억 가량 한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잘 모른다.
어디 좀 고쳐볼까
호주 초창기에 와봤던 곳이지만 다시 와도 핫플레이스다. 이로써 세번째 방문이었던 브라이턴 비치. 그래서인지 이날은 지역을 떠난다는 아쉬운 마음만 달래기 위해 짧게 들렀다. 멜번에 놀러 간다면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
멜번시티에 와서 펌을 했다. 중간 사진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브라이턴 비치 이후의 사진들이 안 보인다. 처음엔 적응 안됐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름 마음에 들었던 펌. 미용실은 현지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 친구의 추천으로 보크/스완 쪽에 위치한 한인 미용실에서 했다. 그리고 사진의 이곳은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지인의 집. 빈 방이 있다고 하여 여행을 가기 전 이틀 정도 신세를 졌다. 이 날의 샤워와 저녁에서 인간의 문명을 경험할 수 있었다.
쏘렌토를 떠나기 전 한국에 보낼 짐을 싸러 왔었다.(대부분이 겨울 옷) 그게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로 또 들르게 될 줄이야!
이렇게나 큰 짐들이었구나! 차의 짐들을 선별해서 줄이니 이렇게 큰 박스 하나씩이나 나왔다. (달리꺼 내 거)
짐을 보내는 게 아니라 맡기는 거라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구석에 이렇게 짱박아 두었다. 3개월 후에 찾으러 오겠습니다 사장님!
10월 10일 아침. 신세 지던 집에서 나와 카페를 하나 들르고 이케아를 가기로 했다. 짐을 비웠지만 아직 자잘한 물건들 정리할 박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패트리샤 커피를 들렀다. 가까웠지만 평일엔 오후 4시에 닫고 주말엔 열지를 않아 오기 힘들었던 카페 (사실 오전 7시부터 오픈이니 오전에 오면 됐었다) 여기서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하고 이케아 가자. 그다음에 장보고 바로 출발하는 거야! 이렇게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오늘 떠난다!
바나나는 정말 유용한 식량이다. 간편하고 에너지 효율도 좋다. 단점이라면 보관 시간이 짧다는 정도. 옆에 주차해둔 차와 함께 멜번과 다시 한번 작별을 해본다.
생각해보면 블로그를 쓴 지 꽤 됐는데 아직 제대로 떠나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약간의 뜸을 들이긴 했지만 블로그 작성의 뜸보다는 훨씬 나았다. 앞으로의 꾸준한 블로그 포스팅을 스스로에게 약속하며 이케아로 가자.
사진은 이미 쉬고 있는 상태다. 사실 이케아뿐 아니라 BIG W라던지 타겟이라던지 다이소라던지 여러 군데를 이미 들른 상태였다. 뭔가 마음에 드는 수납박스가 보이지 않아 이케아까지 찾아 헤맸다.
뭔가 좋을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한 것들이 많다. 짐을 편리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수납박스가 혹시나 짐이 될까 봐 노심초사. 그러다 좀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 캠퍼밴 뒤쪽 남는 공간을 자로 재보았다.
집 인테리어를 하든 뭘 하든 공간에 배치하는 것엔 치수가 필수 정보다. 눈대중으로 가지고 가면 상상한 것과는 다른 형태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딱 맞는 수납박스를 구했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 이 수납 박스 하나엔 20개들이 생수가 들어 있고 다른 하나엔 카메라들, 다른 하나엔 참치캔류의 통조림이 들어 있는 식으로 정리를 했다.
자, 이것들이 그것들. 바게뜨 빵을 볼 수 있는데 앞으로의 여행 장면에서 우리의 주식이 되어 준 고마운 음식이다. 바게뜨 빵은 가성비가 좋다. 누텔라를 찍어 먹으면 맛도 좋고 다른 음식이랑도 어울린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조금 오래되면 딱딱해진다는 것. 그래서 처음엔 바게뜨를 세네 개씩 사서 먹었지만 나중엔 한두 개 정도만 구비해두고 먹게 되었다. 가장 많이 이용했던 서던크로스역의 콜스에서 마지막 장을 보고 바로 네비를 찍었다. 목적지는 질롱 근처의 한 캠핑장이었다. 캠핑 어플은 '호주위키캠프'를 사용했고 거기 나와 있는 무료 캠핑장 중 하나를 찍어서 갔다. 이미 늦은 밤 시간이었고 캠핑장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고 나와 있었다. 도착하기 몇 분 전 큰길에서 나와 캠핑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는데 정말 깜깜했다. 쏘렌토 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어둠. 아니 그래도 멜번이라는 대도시에서 1시간 거리밖에 안되는데 이렇게 어두울 수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가로등은 하나 없었고 오로지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을 의존해서 이동했다. 우리의 50만km 쥬씨는 헤드라이트가 참 겸손하더라. 어둠은 순간 공포스럽기까지 한 감정을 만들어냈고 마치 바다 한가운데 놓여진 느낌이 잠깐 들었다. 그러다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정말이지 선명한 별이 보였다.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에 들어가야 한다는 어디선가 들어 본 문구가 생각난다. 그렇게 첫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은 주유소 바로 옆에 있는 넓은 공터였다. 주유소엔 헝그리잭스가 있었다 (버거킹의 호주 이름). 캠핑장 시설에 대해 기대한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조금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별 건 없었고 화장실과 햄버거집, 주유소, 편의점, 캠핑사이트 정도였다. 이땐 이게 얼마나 호화스러운 캠핑장이었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
뒷 좌석을 정리하니 아늑해졌다. 짐을 정리하길 정말 잘한 거 같다. 저녁으로 고등어 통조림을 먹었다. 맛이 없다. 앞으론 참치캔을 주로 구입하기로 했다. 이제 밤바람도 선선하다. 호주의 봄이 왔다. 잠을 청했다. 브라이턴 비치에서 봤던 멜번시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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