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0월 13일
멜번을 떠난 지 4일째가 된다
이번 포스팅의 대표적인 포인트는
'마운트 갬비어'라는 마을이 될 것이다
0. 눈을 뜨게 된 캠핑 스팟으로 시작하여
1. 캥거루를 찾으러 간 캠핑장,
2. 거인의 숲과
빅토리아와 남호주의 경계선,
3. 마운트 갬비어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와
싱크홀로 된 동굴,
4. 마지막으로 첫 유료 캠핑장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0.
사우스콤 비치 주차장
Southcombe Beach Carpark

왠지모를 상쾌한 파도 소리에 눈을 떴고
습기 가득한 창문의 유리 너머로
푸릇한 뭔가가 느껴질 뿐이었다

밤에 이곳에 도착했을 땐
파도 소리가 들리니 여기가 바다로구나 하였다
일어나보니 이렇게 가까운 곳일 줄이야
주차장과 마을의 작은 해변은
떨어진 거리랄 것도 없이 붙어 있었다

어제까지 비오던 날씨는
흐렸던 만큼이나 화창했다

와남불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포트페어리에
전 날 밤에 도착했었고
어플로 검색해서 왔는데
어두워서 여기가 맞나 싶다가도
마침 다른 캠퍼밴도 하나 보여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곳으로 자리를 정한 별다른 이유는 없다
바로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었기 때문
로드트립의 필수는 역시 화장실이다
더 오지로 간다면 그것조차 구하기 힘들지만
샤워는 호사고 화장실만 있더라도 감사다
아직 여행의 초반이었고
이 때엔 아직 그 감사를 잘 몰랐다

다만 아름다운 해변에서 기상한다는
아침에 맞이하는 풍경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정한다는
로드트립의 매력을
푸른 파도소리에 눈을 뜬 오늘에서야
제대로 느꼈던 시작이었다
해는 이미 저만큼 떠 있었고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1.
쏘핏 프리 캠프 그라운드
Sawpit Free Campground

이곳에 온 명목상의 이유는
아침을 먹으러 온 것이긴 하지만
본질적인 동기는
위쪽에 경로 지도에 나왔듯이
캥거루가 출현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캥거루는 보지 못했지만
숲 속에 있는 캠핑장에서 먹는
아침은 꿀맛이다

나름 캠핑 테이블까지 잘 갖추어진
고마운 캠핑장

자 그럼 다음 목적지는

2.
남호주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Welcome to South Australia

호주에서 주의 경계라는 게
국경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영한다는 표지판 하나
어떤 음식물은 주를 넘어갈 때 두고 가야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별다른 시설은 없고
그저 쭉 뻗은 도로 뿐이었다
자칫 지나철 뻔 했는데 내려서
기념으로 촬영!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을 들이다!

여행 방향이 반대였다면
거의 마지막에 보게 됐을 것 같은
웰컴투빅토리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이것도 기념으로 촬영!
바로 건너편에서 볼 수 있다


2-1.
거인의 숲

목적지를 향해 가다보면
도로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며
각각의 특색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곳은 순간 어? 하는
의문스러운 탄성이 나오는
이상하게 큰 나무들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걸 거인의 숲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어떤 자연보호구역이었던 거 같은데
명확한 위치와 이곳을 칭할만한
특별한 포인트가 없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불렀다
사진으로 봤을 땐 뭔가 싶겠지만
실제로 보면 그 규모는
어디서도 보기 힘들었던
이곳만의 특색이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그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거인의 숲 푸른 초원에 갑자기 나타난
에뮤였다
얼핏 들은거 같지만 에뮤에 대해 잘 몰랐던 난
마치 외계 생물을 조우한 것 같은
신비로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거인의 숲은 빅토리아와 남호주에 걸쳐서
몇 번 더 등장한다
그래서 가는 길에 이런 장소가 또 나온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 풍경은 이곳에서만 있는 풍경이었다


사람을 나무 근처에 두고 멀리서 찍었으면
그 크기가 가늠이 될텐데
이런 사진밖에 없어 아쉽다
그래도 비교컷을 위해 하나 올려본다

블로그를 포스팅하다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보니
이곳이 산업조림구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산림 조림용으로 의도적으로 심은
유칼립투스나 소나무일 것이라 한다
일렬로 심어진 걸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되겠지만
그 규모를 보면 정말 어마어마해서
인간이 관리를 하는 건가 싶은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포틀랜드 구역쪽엔 호주에서 가장 큰
산업조림구역이 있으며
나무의 높이는 35~50m 사이라 한다

조림지 구역마다 그 크기는 다르며
20년 정도 된 구역은 20미터 이상
30년 된 구역은 40미터 이상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업을 위한 인공숲이다
처음 봤을 때 어마어마하게 느꼈던 게
다음 구역으로 갔을 때 여전히 크지만
첫 인상만큼은 아니었는데
그게 구역마다 소위 말하면
생산년도가 달랐기 때문이며
그 처음 봤던 생산년도 오래된 구역의
사진을 남겨놓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며
다시 길을 떠났다

3.
마운트 갬비어
Mount Gambier

마운트 갬비어라는 마을이 관광지로 검색이 됐다
이곳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마을에 있는 호수
블루레이크와 벨리레이크를
하나의 언덕에서 걸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1.
블루 레이크
Blue Lake

룩아웃에서 바라본 블루레이크는
가보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백두산 천지를 보는 느낌이었을까?
분지에 새파란 물이 가득 찬 호수는
진한 농도의 시원함을 안겨준다

화창해진 태양을 피해
잠시 쉴 수 있었던 블루레이크

룩아웃 이외의 포인트들도 많으니
하나하나 발견해보는 재미가 있다

언덕쪽에서 보는
블루 레이크
3-2.
벨리 레이크
Velley Lake

블루레이크와는 다르게
벨리레이크는 호숫가 주변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완만한 공원으로 이루어진 벨리레이크는
블루레이크의 새파란 시원함은 덜했지만
은은한 녹빛의 물색과
선선한 공원의 조화가 매력적인 곳이다

호숫가 공원은
피크닉 오기 좋은 잘 다듬어진 잔디를 갖고 있었고
화장실과 같은 시설 또한 구비되어 있는
잘 관리된 공원의 느낌이다

호수에 사는 다양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
아주 살이 잘 오른 녀석들이었고
깃털에 윤기가 흐르는
부유한 새들이었다

벨리 호수의 공원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잘 관리된 공원임에도
자연과의 경계를 최소화 했다는 것이다
잘 보면 호숫가에 울타리가 없고
간단한 표지판 정도만 볼 수 있는데
야생의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살려놓으려는 의도가 옅보인다


3-3.
엄퍼스턴 케이브
Umpherston Cave

마운트 갬비어에서
마지막으로 가 볼 곳은
엄퍼스턴 케이브
이곳은
싱크홀로 만들어진 동굴이라고 한다

땅이 푹 꺼진 그 중앙엔
정원 조성이 층층이 잘 돼 있었다
독특한 지형구조를 느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포인트다

마운트 갬비어를 끝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칠까 한다
다음 목적지를 찍어보니
5시간이 나오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남호주의 대표적인 도시
'애들레이드' 였다

8시가 가까이 되었을 시간이었고
방향만을 설정해둔채
그 동선에 있는 캠핑장을 찾기 시작했다

*마운트 갬비어 쿠키

아! 재밌었던 사실
빅토리아주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는
30분의 시차가 있다
마을에 도착하면서 인터넷이 잡히니
차량에 맞춰뒀던 시간과 차이가 발생하는 걸
실시간으로 경험
비행기 타고 외국 갔을 때랑은 또 다른
직접 시간을 넘어오는 재밌던 순간

4.
키스 쇼 그라운즈 캠핑장
Keith Show grounds

샤워를 안 한지 얼마나 됐을까?
멜번을 떠나서부터 쭉 그래왔던 것 같다
경제적인 로드트립을 계획하지만
최소한의 존엄을 위해
처음으로 유료 캠핑장을 찾았다
당연히 샤워실이 구비된 곳으로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고
따로 관리자는 없는 듯하였다
나무에 붙어있는 설명을 읽어보니
한 사람에 $10이다
근데 per horse는 뭐지?
말도 받는다
한 마리에 $5이다

이걸 어디에 내야 되는거지 하다보니
발견한 것
설명에도 써있듯이
honesty box에 내라고 되어 있다

시골에서의 이런 규칙을 따르는 재미
정직함에 기반한 무인지불함은
나의 정직성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느낌
잔돈을 탈탈 털어서 냈다

여기에 잔돈을

하나하나 탈탈 털어서
Ending.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보니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이벤트가 발생한다는데 일단 놀랐고
하루를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여행과 일상은 다르다
여행은 돈을 들여 많은 이벤트가 발생하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이니
그럴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이벤트를 최대한 찾아 살아내보다면
그 또한 여행이 될 지 모른다

어쩌면 블로그를 쓰는 지금이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인걸지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이동하고
찾아나가다 보면
분명 또
초원의 무지개 같은
멋진 장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리라

201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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